가장 프랑스다운 도시, 엑상 프로방스 Aix-en-provence(폴 세잔이 사랑한 분수의 도시)
엑상 프로방스의 여행은 시원하고 맑다. 사시사철 쏟아지는 분수의 물줄기와 물소리를 보고 듣고 있노라니 몸과 마음의 갑갑함도 덜어지고 발걸음도 가볍다.
이곳의 여행은 뜨겁기도 하다. 유난히 총명한 눈빛을 반짝이며 자신의 열정을 책으로, 토론으로 풀어내는 젊은이들 덕분에 가슴 속의 무기력과 공허감이 사라진다.
그 자리에, 오랫동안 잊고 지낸 꿈과 이상에 대한 열의가 새삼스럽게 솟아오른다. 그리고 숨이 차다. 생 빅투아르 산을 오르느라 내뱉는 힘에 겨운 숨, 그리고 그 산을 미치도록 사랑했다는 세잔을 만나 가슴이 벅차오르는 숨... 이렇게 엑상 프로방스의 여행은 거친 숨을 내쉬며 시작된다.
엑상 프로방스는 말 그대로 물의 도시다. Aix는 고대 라틴어로 아쿠아, 즉 물을 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로방스의 여느 마을보다 유난히 물이 풍부했는데 이미 고대 로마 시대부터 이곳의 광천수는 그 명성이 자자했다. 엑상 프로방스도 어김없는 ‘갈리아의 로마’였다. 이처럼 물이 풍부한 엑상 프로방스에는 곳곳에 분수가 있다.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한 주민이 말한 바로는 총 23개의 분수가 있다고 한다. 이방인들에게 분수는 이 도시의 가장 인상적인 상징물이며, 엑상 프로방스의 사람들에게 분수는 생활의 중심지다. 드골 광장에 있는 로통드 분수Rotonde는 엑상 프로방스의 개성을 가장 확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쪽으로 이어진 미라보 거리Cour Mirabeau의 가로수와 어울려 그 멋을 더한다.
엑상 프로방스는 대학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프랑스의 대학 중 30% 이상이 이곳에 있다. 유난히 젊은이들이 많이 눈에 띈 것은 그 때문이다.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대학생이라고 한다. 수적인 것뿐만 아니라 그 수준에서도 프랑스 최고를 자랑하는 대학이 많아서 그저 한적하기만 한 프랑스의 전원 마을이 아니라 지성미 넘치는 학문의 고장이기도 하다. 젊은 분위기 때문인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도 많이 활동하고 있다. 비록 거리의 예술가라 할지라도 엑상 프로방스에서 펼치는 퍼포먼스라면 더 깊은 예술성을 지닌 것만 같아 한 번쯤 다시 보게 된다.
엑상 프로방스는 세잔으로 하여금 다시 태어났다. ‘세잔의 도시’로서 말이다. 고향을 사랑한 세잔의 열정과 예술성에 대해 후세들은 그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과 찬사로 답을 하고 있다. 거리 바닥 곳곳에 새겨진 ‘C’라는 이니셜이 세잔을 상징한다. 세잔은 후기 인상파의 선구자로서 ‘근대 회화의 아버지’, ‘20세기 회화의 참다운 발견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세잔의 생가Masion Cezanne는 미라보 거리의 끝에 위치해 있다.
엑상 프로방스도 다른 프랑스의 예술가 마을과 마찬가지로, 세잔 작품의 배경이 된 곳이면 그림과 함께 간단한 설명을 곁들인 작품 안내판을 마련해 놓기는 했다. 그러나 삶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낸 세잔의 흔적을 일일이 찾아 나선다는 것은 무척이나 무모한 일이다. 세잔의 눈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터이니 말이다.
엑상 프로방스 볼거리
로통드 분수 Rotonde 엑상 프로방스의 대표적인 상징물. 밤과 낮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미라보 거리 Cours Mirabeau 오래된 플라타너스가 보여주는 환상적인 가로수 길, 엑상 프로방스의 중심가 세잔의 생가 Masion Cezanne 세잔의 아뜰리에 Atelier de Paul Cezanne 잠시 세잔이 외출한 것만 같다. 생 빅투아르 산 St. Victoire 세잔의 분신. 교통이 불편한 게 불만이라면 세잔의 아뜰리에 뒤편으로 가보자. 그라네 미술관 Musee Granet 그라네도 엑상 프로방스를 빛낸 훌륭한 화가이다. 생소뵈르 대성당 Cath drale St Sauveur 5-17세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축양식이 혼재된 메로빙거 왕조의 예배당 고대 엑스 박물관 Musee du Vieil Aix 엑상 프로방스의 고대를 17세기 화려한 저택에 옮겨 놓았다.
엑상 프로방스 만나러 가는 길
TGV 역과 일반 열차 역이 따로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TGV 역은 도시 외곽에 있기 때문에 전용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이동해야 한다. 마르세유에서 엑상 프로방스 TGV 역까지는 불과 1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SNCF 열차로는 30여 분 정도 걸린다. 버스로는 마르세유에서 30분, 아를 1시간, 아비뇽은 1시간 30분가량 걸린다. 파리 리옹역에서는 TGV로 3시간, 니스에서 오는 경우는 마르세유에서 열차 환승을 하거나 버스로 오는 경우 2시간 2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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